왜 명지산인가? 잘 아는 형님이 "가을인데 단풍사진 어떠냐?"는 한마디에 결정하게 되었다. 여러산이 있지만 산 초보가 검색하다보니 명지산이 산행과 단풍을 모두 즐길수 있는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무겁지만 망원렌즈를 준비했다.
* 코스 : 익근리주차장 ㅡ 능선길 ㅡ 사향봉(1013m) ㅡ 명지산(1267m) ㅡ 명지폭포 ㅡ 익근리 주차장
명지산은 해발 1267m의 산으로 명지2,3봉이 있어 함께 들러보면 좋을것 같다. 1000m가 넘는 봉우리로 사향봉, 장막봉을 거쳐 가면 5개봉을 한꺼번에 오르는 것이 된다. 거기에 연인산까지 가면 6봉을 하루에 등정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사향봉, 장막봉, 명지산을 타는 능선길에서 바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초보가 욕심 내기엔 너무 버거운 코스다. 낮은 기온 대비 방한복을, 배낭은 40리터로, 검은봉지와 집게는 항상 필수로 준비했다...
과감히 휴가를 내고 명지산으로 ...
당초에는 사향봉이 있는 능선길로, 하산때는 명지2,3봉을 둘러보고 명지계곡 쪽으로 정했으나 막상 오르고 보니 쉬운 코스는 아니다. 결국, 명지산에서 바로 하산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아침8시경에 내차로 집을 나섰다. 대중교통으로는 익근리 주차장까지 2시간 30여분이고, 자차는 1시간 40여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날 준비를 다 해놓고 내차를 이용했다. 익근리에 가까이 가자 안개가 많이 걷혔다. 익근리 주차장은 크지 않았지만 한산했고 무료다. 평일 와서 그런지 주차대수는 얼마되지 않았다. 가볍게 준비운동 후 배낭을 점검하고 10시 07분에 익근리 주차장을 출발기점으로 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나보다 조금 먼저 출발한 2팀이 있었다. 오늘 이들과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명지폭포 길로 가다가 능선을 타기 위해 사향봉 방향으로 오른다. 사진속 계단같은 우측길이다.
능선 오르는 길이 한가 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길을 가로지르는 거미줄에 애 먹어야 했다. 산길 또한 곳곳에 물길이 많아 피해 올라야 했고, 좁아서 풀에 많이 닿기도 했으며 오르막길이 때때로 힘들게 나타나기도 했다. 산행객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길임이 확실하다.
익근리주차장으로부터 2.9km 지점이고 사향봉까지는 1km가 남았다는 이정표. 그렇지만 안내도에는 사향봉까지가 전체 3.6km이다. 이정표는 총 3.9km. 어느걸 믿어야 할까. 이곳은 군립공원이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정확한 표시가 필요하다.
오르는 중 기대했던 단풍은 보이질 않았다. 아직 고도가 낮아선가 라고 생각했다. 가끔 떨어진 단풍잎이 보였으나 색은 기대만큼 밝은 단풍이 아니었다.
오르며 봐도 봐도 상상하는 단풍색상은 볼 수가 없었다.
단풍다운 단풍은 나에게 보여주질 않는다. 단풍들다 만 단풍잎만 보인다.
올해 단풍은 실패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또한 자연의 섭리다. 순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신기한 나무 발견. 어찌 저렇게 자랄 수 있을까?
가끔 길을 막고 쓰러져 있는 죽은 나무가 종종 있었다.
쇠줄이 있으나 그리 위험한 코스는 아니다. 가끔씩 능선 위에 바위가 나타나 길을 헤메게 하기도 했다.
말라 비틀어진 단풍잎을 보니 올 가을 진한 아쉬움이 깃든다.
단풍잎을 찾으며 능선길을 올랐더니 어느새 사향봉이 나타났다. 커다란 봉우리는 아니고 그냥 능선길에 자리하고 있다. 사향봉은 1013m로 1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다. 여기서 아내표 미수가루를 우유에 타 먹고 잠시 쉬었다 출발한다. 땀이 식느라 추워져서 준비한 잠바를 입었다.
사향봉 얼마지나지 않아 쓰러진 장막봉 이정표가 나왔다. 이건 뭔가 일부러 쓰러뜨려 놨나 생각이 들었다. 저 방향표시는 맞는 걸까... 길대로 따라갈 수 밖에. 방향이 얼추 맞네...
장막봉 지나자 이제야 약간의 조망이 터진다. 사향능선은 주변에 나무들이 많아 사실 숲속이나 같다.
이제 명지산 1km 전이다. 여기서 곧바로 익근리주차장으로 갈 수가 있다. 피로가 갑자기 엄습한다. 오늘 날씨도 이상하다. 사향능선길 올라오는 중에 저 멀리 먹구름이 있었다. 햇빛은 있는데 먹구름이 따로 돌아 다녔다.
이제 마지막 명지산 전 오르막이라 생각된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계단들이 여러게 있으나 훼손된 나무계단이 자주 있었다. 일부러 보수를 안한건지 모르겠지만 보수는 되어야 할 것 같다.
드디어 명지산 정상이다. 정상 바로 전에야 등산객 1명을 만났고, 정상에서 또 1명을 만났다. 정상에서 만난 등산객은 연인산에서 명지3봉, 2봉 찍고 이곳 명지1봉(명지산)까지 온 것이다. 나와 함께 이곳에서 하산을 결정해 어느 정도까지 동반산행했다. 등산객은 연인산에서 명지3봉, 2봉을 올때 우박이 쏟아졌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아까 오르는 능선에서 까만구름이 하늘에 보였을때 그때 우박이 떨어진 모양이다. 돌틈사이에 우박이 보인다.
명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산의 모습이다. 그림자가 인상적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능선의 모습이 아름답다. 저 능선을 타면 연인산으로 갈 수 있나... 가고는 싶으나 생각보다 힘들게 올라와 여기서 하산을 결정했다.
무슨 산인진 모르겠으나 산에서 산을 보는 것은 나에겐 힐링이다. 다음엔 지도를 좀 더 살펴서 무슨 산인지 알아야겠다. 그러면 더 재미있을 듯...
인증샷 한 번 더 남긴다.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이 만만치 않다. 너덜길과 경사가 가팔라 풀린다리로는 힘들었다. 터덜걸음의 시작이다.
익근리 방향으로 나는 계속 내려가야 한다. 아직도 너덜길의 연속이다.
내리막길이 장난아니다. 너덜길 투성이다. 안그래도 힘든 다리를 더욱 부담스럽게 한다.
올해 단풍은 흉년이다. 다른산은 모르겠지만 명지산은 틀림없는 흉년이다. 단풍잎이 말라버렸다.
하산길이 이제야 좀 나아진다. 명지산에서 1.5km지점. 힘없는 터덜걸음이다.
하산길은 옆의 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갈 수 있어서 다리는 힘들지만 머리속은 맑고 좋다.
내려오는 내내 물소리가 함께 해준다.
명지폭포는 패쓰한다. 터덜걸음걸이라 보니 옆으로 잠깐 가기도 싫다. 이쪽으로 올랐으면 아마 명지폭포를 보고 갔을 것이다.
명지산은 생태계 보전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길 오르는 중에 느꼈던 등산로 정비가 덜 된건가 보다. 그렇다면 이해해야지. 그런데 그래도 설치했던 것(나무계단)이 망가졌으면 정비는 해야되지 않을까. 오히려 사고를 부를 수도 있으니.
성황당이라고 하는데 성황당 나무치곤 성황당스럽지 않다.
드디어 승천사다. 등산로 하산길이 승천사를 관통하여 지나간다... 그래도 여기 승천사는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국립공원의 몇 곳의 절은 통행료(문화재 관람료라고, 문화재 관람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를 받고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만 보전할 것이 아니고 모든 산은 이용하는 산행객들이 최소한으로라도 지켜줘야 한다. 산 쓰레기 3번은 줍기(산쓰3줍) 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자연생태를 보전하는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버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터덜걸음으로 하산하다보니 어느새 익근리주차장에 당도했다. 함께 내려오다 먼저 갔던 정상에서 봤던 산행객이 버스를 타고자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한다. 처음엔 안경을 벗고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다. 연인산 주차장에 차를 두고와서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려던 참이라고 한다. 버스가 한참동안 안온다고 ... 잘 됐다. 내가 거기까지 태워주면 되니까...
* 지점별 거리 및 소요시간
- 주차장 10시 7분 출발
- 사향봉능선 초입삼거리 0.5km 10시13분
- 사향봉 3.1km (누계 3.6km) 12시 52분 도착 (식사)
- 능선삼거리(화채바위) 1.5km (누계 5.1km) 14시18분
- 명지산 1.1km (누계 6.2km) 14시55분 도착
- 주차장 6.3km (누계 12.5km) 17시 29분 도착
*** 산행거리 12.5km 7시간22분 소요
산행을 하고나서...
산을 너무 모르고 산행해 힘들었다. 나름 어떤 산인지 찾아보고 올랐건만 실제 닥쳐보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저 단풍이 아름답다는 말만 듣고 단풍볼 생각만 했다. 오르는 내내 2명만 만났을 만큼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산인 것 같다. 물론 평일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2명만 만난 것은 심하다.
단풍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단풍을 찍고자 그 무거운 망원렌즈를 준비했는데 꺼내보지도 못했다. 아쉽지만 자연의 섭리인데 어쩌겠는가? 자연에 순응해야지...
명지산 등산객이 다른 산에 비해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쓰레기는 덜 보였다. 산쓰3줍 정도 한 것 같다. 나머진 내 쓰레기이니까...
산을 오르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명지산도 추천대상이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연인산, 명지3봉, 2봉, 1봉(명지산)까지 4개봉을 한번에 찍고 싶다. 연인산쪽에서 명지산으로 간다면 어떨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물론 시간 계산해서 어둡기 전에 내려오는 안전산행을 전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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