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대화 2.. [안전산행 00] 230726, 산쓰3줍, 나나영초
산에선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산행을 100여 번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 2번째를 정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나영초도 산에선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궁금하다. 안전산행 기록을 보며 당시의 상황을 꺼내어 본다.
작성하며 나나영초 혼자 웃으니 아내가 뭘 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번은 산속의 대화 2번째로 안전산행 38회부터 75회까지를 찾아보았다. 돌이켜 보면 산행객들과의 대화에 미숙한 면이 많았다. 또한, 대화가 그리 많지도 않다는 것을 정리하며 알게 되었다. 다음엔 대화를 어떻게 해 나갈까도 고민해 봐야겠다. 나나영초와 대화해 주신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 1. 두려우면 안 가는 것이 더 큰 용기 >
Y계곡은 안전쇠바를 잘 잡으며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다. 발 디딜곳도 찾아야 한다. 손으로 잡을 쇠바부분도 정해야 한다. Y계곡 내려가기 직전에 계곡 밑에서 여성의 소리가 들린다.
계곡 아래로 내려가 있는 여성등산객 2명이 "내려와 Y계곡 타자!", 라고 한다.
아직 내려가지 않은 여성등산객 1명이 "난 무서워 안갈꺼야. 돌아갈께..." 목소리가 크기도 하다..
난 중간에서 양쪽의 큰 목소리를 다 들어야 했다. 계속 강권하고 거절하고 대화 난타전이 한참동안 계속 되었다. 귀가 아플정도였다. 남의 말을 듣고 결정할 일은 아니다. 결국 위에 있던 분은 우회길을 선택했다. 난 잘했다고 생각한다..
두려우면 안가는 것이 더 큰 용기다. [안전산행 42, 220312, Y계곡에서]
=> Y계곡을 타지않은 여성의 용기가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산은 항상 겸손해야 하고 자신을 스스로 돌봐야 한다..
< 2. 노부부의 아름다움이란? >
설악산 공원입구 앞에서 노부부를 만났다. 성인대에서 만났던 노부부가 아니다.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를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그래서 사용설명을 자세히 듣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찍어 드렸다. 그랬더니 나를 찍어 주시겠다고...
노부부가 찍어주신 사진이다. 잘 찍으셨다.. [안전산행 53, 220511, 설악산 공원입구에서]
=> 80세는 넘어보이는 노부부다. 부부가 함께 산행을 한다. 물론 비선대까지만 가신다고 한다. 저 연세에도 함께 다니시는 모습이 부럽다. 나나영초의 바람직한 미래가 보인다..
< 3. 남편 디스하는 아내 >
셀카로 인증샷을 남긴다.. 셀카찍는 내가 불쌍해선지 어느 분이 찍어 주었지만 ... 아쉽아쉽...
* 남자분께 부탁했는데 너무 못찍어 뭐라 말도 못했다.. 같이 온 부인이 이사람은 사진 못찍어요. 그러면서 내가 찍어 줄께요. 하시더니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찍어주신 것만도 감사하다... [안전산행 51, 220507, 관악산 정상에서]
=> 산에서 남편을 대놓고 디스한다. 겸손한 표현인가? 진짜 못찍긴 했다. 부인은 큰 차인 없게 보였으나 그래도 조금은 나은 것 같기도... 찍어주심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 4. 선택해야 한다. >
산행 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니 이게 뭔일인가..
내가 존경하던 형님이 오늘 주말농장에 와 계시다는 것이다. 평소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해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다.
내 직업상 도울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저 얼굴 한 번 보고 위로하는 수 밖에...
결정의 순간이 왔다. 무조건 결정을 해야 한다..
하나는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예정대로 산행을 계속한다..
둘은 그래도 의리가 있지 산행을 중단하고 만나러 간다.
두번째를 선택했다. 아내가 데리러 온다길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송추입구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전산행 56, 220605, 송추계곡길에서]
=> 산행 중 아내는 전화를 잘 안한다. 그럼에도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지를 알기 때문에 전화를 했다. 덕분에 산행을 중단할 만큼의 값진 시간을 보냈다. 때론 이렇게 산에서 결정을 해야할 경우가 있다.
< 5. 가로본능? 세로본능? >
나는 가평군에서 올라왔으므로 가평쪽 정상석에서 증거를 남긴다..
증거의 모습... * 이사진은 올라오며 병풍바위를 보고 아빠와 대화했던 아가씨가 찍어 주었다. 한손에 하드를 들고 한손으로 잘 찍었다. 가로본능이냐? 세로본능이냐? 라고 물어서 맘가는데로 찍어달라 했다.. [안전산행 58, 220618, 운악산 정상 비로봉에서]
=> 비가 오다말다 하는 곰탕 가득한 날, 산 정상에서 아가씨가 사진을 찍어주며 가로본능이 좋아요? 세로본능이 좋아요? 물어본다. ㅎㅎ.. 사진이란 찍는 사람 맘인걸..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가로본능과 세로본능을 구분하나보다..
< 6. 어디로 가나 효자동 >
내가 현재 북문에서 내려온 삼거리에 있다.. 백운대에서 하산하신 분이 물어온다. 여기서 효자동으로 가려면 어느 길을 가야 하느냐고. 내가 알기론 내가 출발한 곳 효자동이고 북문 통해 가는 곳도 효자동이다. 두 곳을 모두 알려주었더니 북문 방향으로 간다.. 북문을 지나 가게되면 산행객이 많지않아 불편한 길이라 알려주었다.. [안전산행 68, 220903, 북한산성 계곡위 삼거리에서]
=> 산에서 질문하는 경우는 도움이 필요해서다. 이때 성심성의껏 알려 주어야 한다. 초보인 나나영초도 궁금할 때가 많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아는 만큼 알려드린다..
< 7. 등산화와 아쿠아슈즈 부부 >
Y계곡 중 팔힘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 여기라 생각된다. 천천히 잘 잡고 오르면 누구나 오를 수 있겠지만 근력을 필요로 하기에 주의를 요한다..
포대정상 아래 계단에서 대화했던 부부이야기다. 은석암쪽으로 올라와 다락능선을 타고 왔다고 했다. 사진속에 안전쇠바 아래 보이는 분이 부인이다. 남편은 먼저 올라왔다. 남편의 팔이 보인다. 남편은 등산화, 부인은 아쿠아슈즈 같은 신발을 신었다. 내가 잘못 보았나 릿지화인가 하고 다시 살펴보았다. 그런데 릿지화는 아닌 것 같다. *** 등산시에는 등산화가 필수라는 나나영초의 생각. [안전산행 69, 220909, Y계곡에서]
=> 부인은 등산화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부가 함께 등산하는 모습은 좋지만 안전장비는 쫌.. 아내부터 챙겨주기를..
< 8. 구매는 아내 묷 >
민둥산 정산 표지석이 외로워 보인다. 등산객이 많지도 않으니 더욱 그럴 것 같다.. 나 외 유일한 등산객인 분이 올라 오셔서 사진을 찍어 주셨다. 물론 나도 찍어주고...
휴대폰 삼각대를 사라고 알려주신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그래서 산행 후 아내에게 알려 주었다. 내 임무는 끝. 사고 안사고는 아내 몫이다..
혼산의 즐거움을 서로 나누었다. 식사는 한 공간에서 각자... [안전산행 70, 220916, 민둥산 정상에서]
=> 민둥산에 산행객이 매우 적은 이유를 알겠다. 수풀을 헤쳐가며 하는 등산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딱 1명을 만났는데 그 분이 휴대폰 삼각대를 들고 오셔서 셀카를 찍는 나를 불쌍하게 보셨나보다. 구매는 아내에게 부탁해야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 9. 남도의 삼합 >
삼합이라 해서 내가 알고 있는 삼합인줄 알았다. 남도는 삼합 아니겠는가? 그런데 왠걸 소를 찾는다. 뭐지 그랬는데 소, 피조개, 표고버섯이라고 진오씨가 말한다. 먹어보니 맛 괜찮았다. 물론 소주에. 장흥삼합 외워둬야 겠다.. [안전산행 71, 220923, 장흥 천관산 하산 후 근처에서]
=> 산행 중이나 산행 후 먹거리는 중요하다. 진정 몰랐다. 남도의 삼합을. 나는 천관산삼합이라 부르고 싶다..
< 10. 산냥이와 대화 >
이렇게 높은 곳에 고양이가 밥을 달라고 지켜보고 있다.
- 냥 이 : "인간아 너만 입이니? 나눠먹자.."
- 등산객 : "......"
사진 왼쪽에 있는 분은 밥을 줄런지. 고양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대부분 밥을 주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귀엽지만 산에서 고양이에게 밥 주는 건 나는 ~ ~ 글쎄 올시다.. [안전산행 75, 221014, 백운대 정상 바로 아래에서]
=> 사람과 고양이의 대화를 상상해 봤다. 백운대 정상 바로 아래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등산객 근처를 배회하는 냥이다.. 먹을 것을 주었을까 안주었을까..
[산속의 대화 1] 산속의 대화 1.. [안전산행 00] 230701, 산쓰3줍, 나나영초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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