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대화 1.. [안전산행 00] 230702, 산쓰3줍, 나나영초
산행을 100여 번 하면서 잠시의 인연으로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여기서 느낀 건 그 분들의 일상생활은 모르겠으나 대부분 산에서 만큼은 친절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분이 다 그렇지 아니함)
지금 생각해보니 나나영초도 산에선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궁금하다. 안전산행 기록을 보며 당시의 상황을 꺼내어 본다. 작성하며 나나영초 혼자 웃으니 아내가 뭘 하는지 궁금해 한다..
안전산행 1회부터 37회까지를 찾아보았다. 돌이켜 보면 산행객들과의 대화에 미숙한 면이 많았다.. 다음엔 대화를 어떻게 해 나갔을까도 찾아봐야겠다..
< 1. 2년동안이나 몰랐다. >
용혈봉으로 가다 셀카를 찍어 보았다. 어디를 배경으로 찍어도 멋지다. 신기하게 생긴 바위이름을 물어 보았으나 20번 이상 이곳을 지나친 등산객도 모르겠다고 한다. [안전산행 16, 210911, 의상능선에서]
=> 나중에 알았다. 블친이신 blue13sky 님이 댓글로 '할미바위'라고 알려 주셨고, 나샤프(샤프)님도 '할미바위, 동자승바위'라고 알려 주셨다.. 2년 동안 몰랐는데 넘넘 감사하다..
< 2. 잘 보면 알 수 있다. >
여성봉이 왜 여성봉인지 산에 오른 어떤 일행중 여성이 함께온 남성에게 질문한다. 본의 아니게 난 옆에서 엿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남성 왈 '잘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무엇을 잘 보라는 것인지. 한참을 지나서 알았다. 궁금하면 오백원... [안전산행 2, 210911, 여성봉앞에서]
=> 이 분들 일행과 간식을 함께 먹었다. 나는 장거리 산행 중이라서 먼저 일어났다..
< 3. 천당폭포에서 환청? >
천당폭포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하늘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천당폭포라서 그런지, 내 컨디션이 안 좋아선지 환청인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위를 보니 계단에서 친구의 빨간 모자가 보인다.
공룡에서 빠지는 길은 따로 없었을텐데 ...
어떻게 된 것일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친구는 공룡능선 향해 가다 마주오는 등산객에게 물어 보았다고 한다.
비선대까지 목표 시간에 대한 어려움을 듣고 천불동계곡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안전산행 9. 210731, 천불동 계곡, 천당폭포]
=> 대청봉을 지나 무너미고개에서 친구는 공룡능선을 타겠다고 갔고, 나나영초는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을 하던 중이었다.
< 4. 암벽 쇠바길 다리에 쥐 >
내 앞을 내려가던 등산객이 다리에 쥐가 났다. 일단 천천히 내려가라 했다. 마침 아래서 기다리던 동료가 있어 천만다행..
평소 운동부족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근육을 쓴 결과로 보인다.. [안전산행 5, 210710, 백운대 정상 하산쇠바길]
=> 비 오기직전 백운대를 하산하다 정상 아래 쇠바길에서 쥐가 난 어느 등산객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5. 믿으라고? >
노적봉지나 백운대 가는 길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암릉길은 더욱 미끄러울 것이다. 결국 조심 또 조심이다. 잠시 대화를 나눈 등산객 한분은 북한산 종주를 1,400여회 했다고 한다.
매주 오른다고, 1년 보통 55주니까 1년에 55회, 10년 이면 550회, 그러면 20년을 넘게 계속 북한산 종주만 했다는? [안전산행7, 210717, 노적봉지나 만경대 길에서]
=> 만경대 길에서 비가 쏟아져 잠시 비를 피해 멈추어 있었다. 함께 있던 분의 이야기다.
< 6. 미쳤다.. >
건너편 Y계곡 오르는 길, 나는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오른다.
실제 가보니 팔과 다리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슬리퍼를 신고 Y계곡에 들어선 젊은사람이 있었다.
그 동행인은 그걸 방조하고 있다.
한마디 안할수 없어 슬리퍼 신고 이곳을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했지만 괜찮단다.
전문가라나?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닌데.
나나영초의 또 한마디, 전문가들은 슬리퍼 신고 산에 오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안전산행15, 210909, 도봉산 Y계곡 하단부에서]
=> 어처구니다. 산을 오를 땐 최소한의 안전장비는 등산화다. 그런데 슬리퍼를 신고 Y계곡을 탄다? 더구나 동행인이 있다. 물론 사고는 없었지만..
< 7. 친구라며 산에서 싸움질.. >
이제 포대능선을 향해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 부분 부분 단풍색상이 깊게 물든 나무들이 보인다. 지나는 동반산행객끼리 촬영을 하다말고 싸운다.
사진 찍고 있는 사람에게 가지고 자꾸 재촉한다. 새끼를 섞어가며 뭐라한다. 결국 친구니 다툼은 금방 끝났지만 저런데 왜 함께 다닐까 라는 생각도 들며 혼자 피식 웃었다. 60대 이상인 것 같은데... [안전산행 24, 211031, 원도봉계곡에서]
=> 볼썽 사납다라는 말은 이런때 해야 하나보다..
< 8. 누구나 사진작가 >
사진을 찍어준 아가씨. 부모님과 함께 올라 나에게 사진 찍어달라 해서 찍어주었더니 찍어준 사진이 마음에 든다며 나를 찍어준다. 나에게 여러 포즈를 요구한다. 아마도 카메라를 거꾸로 해서 찍은 모양이다. 발이 크게 나왔고, 다리는 길쭉하게 나왔다. 요구한 포즈 중엔 양손을 들은 것도 있다. 양손 든 사진은 올리지 않았다. [안전산행 28, 21.12.05, 사패산 정상에서]
=> 산에서 사진을 찍아줄 땐 서로 정성을 다한다. 후에 만족하든지 말든지..
< 9. 산에서 불장난 >
오늘 가장 아쉬운 부분을 적고자 한다. 나는 이 바위에 와 기분을 내는데 오른쪽 바위 아래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건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산에서 담배를 태시는거냐?", "미안하다" 그러면서도 담배를 끄지 않는다. 옆에 있던 일행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건 아니지 않느냐? 아무리 피고 싶어도 산에서 피면 안되지 않느냐?", "알았다. 바로 끄겠다. 미안하다."
나에게 미안할 이유가 무엇인가?
자연을 즐기려면 의무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안전산행 33, 220115, 동막봉에서]
=> 산에서 담배핀다고 한마디 했다가 옆사람과 시비가 붙을뻔 했다..
< 10. 성의를 외면, 후회 >
앞서가던 여러명의 단체산행객 중에 쓰레기를 담는 한 분이 계셨다... 내가 주우려 했는데 먼저 주운 것이다.. 집게가 좋아 보인다. 탐이난다... 좋은 집게의 멋진 활용이었다... 난 고기굽는 집게인데...
"수고하십니다."로 퉁쳤다. 그리고 다시 그 분들을 만났을 때 차 한잔 하고 가라고 하신다. 그때는 감사하다며 그냥 이동했다. 생각해 보니 그분들의 성의 표시인데 그냥 간 것이 못내 죄송스러웠다.. 다음에 만나면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지 했는데 오늘 산행중 다시 보지 못했다. [안전산행 37, 220213, 북한산 진달래능선에서]
=> 산행하며 자연사랑을 실천하는 분의 성의를 거절한 것이 후회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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