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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등 내 인생 특히 기억나는 것들

14일만에 신어보는 신발 -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격리생활 -20.12.23

14일만에 신어보는 신발... 20.12.23작성

 

ㅡ 안 슬기롭게 지낸 14일간의 격리생활

 

1일차. 나에게 이런 일이 : 확진자 접촉자로 검사  (20.12.00, 금)

  신규직원 면접이 있어 교육원에서 면접을 잘 마치고 아내를 만나 큰딸 작업하고 있는 교수님댁을 가는 중 인사과에서 전화가 다급하게 왔다.  사무실에서 회의 중 함께 참여했던 직원이 코로나 확진자라는 것이다.  당시에 차를 한 잔 옆에서 했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여부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만일 확진이라면 난리다. 나와 접촉했던 모든 사람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중에 확진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보건소옆에서 내리고 아내가 큰아이를 데리러 혼자 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  사실 걱정하다 새벽에서야 잠들었고 잘잤다.

 

 

2일차. 내가 격리대상 : 검사결과 음성, 그러나 밀접접촉자로 14일간 격리 통보, 안방이 격리장소(20.12.00, 토)

  아침 9시경에 연락이 왔다. 검사결과 음성이라 한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음성이지만 자가격리해야 된다는 것이다.  밀접접촉자로 14일간 방에서 나오면 안된다. 

  이를 어쩌나.. 할일은 태산인데. 가장 바쁜시기인데...

  그리고 오늘은 주말 아닌가?  코로나19가 내 턱밑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방역수칙 잘 지키고 정부방침 따라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되리라.

  어쨌든 난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식사가 안방문 앞에 놓인다.  가족과 함께 식사도 못하고, 감옥아닌 감옥생활이다. 받아다가 먹고 안방문 열고 빈그릇을 내놓는다.

 

 

3일차. 하얀세상이 날 버린 날 : 눈 온날 눈을 밟을 수 없는 슬픈 사실의 시작(20.12.00, 일)

  3일차 아침 날이 밝자 안방 베란다 문을 열었다.  베란다로 나가 도봉산을 바라보니 산에 눈이 내렸다. 

  하얀 눈이 우리집 앞 실외 주차장에도 내렸다.  차가 눈을 맞아 하얀색 차가 되었다.  하얀색 차가 나간 자리는 검은 아스팔트색으로 눈 온 오늘은 가장 선명했다.

  이건 뭔가 토요일 눈은 왔으나 나는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살다보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군생활 외에 밖에 나갈 권리가 박탈된 적은 오늘이 처음인 듯..

 

 

4일차. 안방에 운동길 준비 : 야외 운동 불가로 쿠션 깔아 짧은 조깅로 설치(20.12.00, 월)

  안방에만 있으면 몸을 가누기 힘들거 같아 조깅로를 만들었다. 나가서 할 수 없으니 안에서라도 하려고 한 것이다. 바닥에 쿠션이나 이불을 깔아 아래층에 소리가 전달되지 않도록 했다.  제자리 뛰기로는 운동효과가 떨어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길로 매일 약 10km를 달렸다. 시간으로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빨리 뛸수도 없기에 천천히 뛰어야만 한다.  왔다리 갔다리...

  사무실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느냐?고 

  주소찍고 찾아오면 되는데 왜 오냐? 이 위중한 시기에 그랬더니

  노트북 전달한다고. 

  왜?

  오늘부터 재택근무 해야 된다는 것.  

  대체 무슨 소린지.  사무실 일이 급한 것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격리 당한 것도 서러운데 일까지 하라니 참 참 참 이었다....

 

 

5일차. 격리생활로 정신상담 : 격리기간 중 정신상담을 통해 격리자에게 안정 지원(20.12.00, 화)

  감금상태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꼼짝 못하고 PC를 바라보고 결재와 업무검토를 해야한다.

  그것도 전화로 직원과 상의하면서. 휴대폰 비용 대주는 것도 아니면서.  어쨌든 그렇게 직원과 소통하며 일처리를 한다.

  운동은 저녁때 하는 수 밖에 없다. 주간에 하기가 버겁다. 일하면서 하려니 쉽지가 않아서 속편하게 6시 이후에 했다. 

  격리된 많은 분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을성 최고다..

  점심전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격리생활 어떠냐고. 한마디로 정신 차리고 있느냐?  정신줄 놓지 마라... 뭐 이런거 이해한다. 그래서 나에게 하지말고 다른사람에게 신경 더 써달라 그랬다. 

 

 

6일차. 격리 마치면 하고픈 일 : 지긋지긋한 이기간 지나면 가족파티, 달리기, 등산, 사진촬영(20.12.00, 수)

  6일차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왕 지겹다.  그래서 격리 중 커피 마시는 법을 고안했다.  마스크 밑으로 빨대를 넣고 커피를 마신다.  아내가 내려준 커피다.

  커피를 저렇게 마신다고 지겨움이 사라지진 않는다.  밖에 나가 하고픈 것이 왜이리 많은지.  전에는 일상속에서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했던 것들이 그리워진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엄청 일상적인 것이다.

  내가 하고픈 운동으로 달리기, 산행, 사진촬영. 이것들을 우선 하고싶다.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다...

 

 

7일차. 콧물 줄줄 : 환기위해 추운날 베란다 창을 연 탓에 콧물감기 시작. 불안 불안.. 열은 정상(20.12.00, 목)

  매일 매일 자주 환기 하라고 되어 있다.  추워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다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콧물이 줄줄 나온다.  분명 감기의 시작이다.  공연히 불안해진다.

 

 

8일차. 지치기 시작 : 격리 초반 긍정은 어디갔는지 짜증 스타트(20.12.00, 금)

  8일정도 되니 짜증이 밀려와 쌓일대로 쌓였다.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소에서 격리자에게 괜히 전화하고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안방 달리기는 계속 되었다.  대신 오늘만큼은 야외 달리기처럼 복장을 갖추어 달렸다.  고글, 모자, 마스크, 런복장 등 방안에서 달리며 별짓을 다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일차. 밖의 소음 조차도 그리워 : 안방만 지키고 있으니 창너머 모든 것이 그리운 일상(20.12.00, 토)

  거금들여 산 렌즈가 그냥 놀고만 있다.  내 사정상 엄청난 금액을 들여 구입했는데 나가질 못하니 렌즈가 불쌍한건지 내가 불쌍한 건지 모르겠다.  격리해제되면 우선할 일 4가지 중 한가지다.

 

  오늘은 주말인데 지난주 토요일과 마찬가지로 집콕하고 있다. 베란다 창 너머 세상을 바라본다.  놀고 있는 카메라를 들고 밖을 바라보지만 찍고 싶은 마음도 안든다.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뿐이다.

 

  이제 5일 남았다...

  5일 , 5일, 5일, 5일, 5일 어여가자...

 

 

10일차. 격리기간 동안 뭔가 해야 하는데 : 하는게 없으니 불안감이 ... (20.12.00, 일)

  격리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한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 업무?  이 두가지는 당연한 것이고...

  나머지 ~~~   없네..

  큰아이의 전시작품을 모아놓고 바라보니 내 애환이 작품속에서 나타 나오는 것 같다.  그 자리에 존재하나 움직일 수 없는 조형물들과 난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힘내야 하는데...

 

 

11일차. 30여년만의 손빨래 : 군대 마치고 처음으로 내 옷을 손빨래하고, 안방에다 말리니 잘 마름(20.12.00, 월)

  실로 오랜만에 손빨래를 했다.  어차피 현재 내 옷을 가족들과 함께 세탁할 수 없다.  쌓아 놓기가 그래서 빨래를 즐겁게 했다.  안방에 말리니 잘 말랐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왜 빨래를 하느냐는 것이다.  언제 세탁안해 주었냐고,  세탁기는 쓸지도 모르는 사람이 손빨래는 한다고...  사실은 내가 빨면 제대로 안빨린다는 것이다.   칭찬은 안해주고 이게 뭐야?  자기가 한 번 더 빨수가 있다나 어쨌다나.... 짜증이...

 

 

12일차. 큰아이는 친구와 2시간 거실 술 예약

           ㅡ 거실에서 친구와 술 마시겠다고.. 난 안방 콕. 알고보니 내 술을 마심. (20.12.00, 화)

  자가진단을 하루 2회씩한다. 휴대폰으로 매일 일정시간에 2회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이것도 지겹다.

  큰딸이 저녁때 자기와 같이 조형(도예)하는 친구와 우리집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난 거실에서 나갈 수가 없으니 안방에서 있을 뿐이다. 

 

  녀석이 친구와 식사하며 아빠술 마시자고 친구에게 말하는것이 들렸다.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녀석이 왜 내 술에 손을 대는지.  나에게 말도 안하고...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마시겠다니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아마 한 병은 비웠을 듯.....

  나중에 지가 사다 채워놓겠지...  아니 그러기를 내가 바라는 건지도

    

 

 

 

 

13일차. D-1 : 어떻게 견뎌냈을까. 2주간의 쓰레기가 100리터. 따로 처리(20.12.00, 수)

  이제 하루 남았다...   나로 인해 나만 힘든것이 아니고 가족들도 힘들었다..  하루 세끼 다 챙기느라 고생이 많았다. 고맙다. 

  내가 버릴 쓰레기 양이 100리터다.  내가 사용했던 물병부터 기타 몇가지를 따로 버려야 한다.  재활용이 안된다.  그래서 쓰레기 부피가 크다.  코로나 19 예방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지만 안방의 다른 물건은 괜찮다는 것인가?  어딘가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잔으로 가볍게 알코올을 넘겼다.  그런데 잔이 찌그러져 있다.  난 눌러본 적이 없는데.  누구의 소행일까?

  

 

 

14일차. 해방 : 12시 내 발은 거실에 있을 것이다(20.12.00, 목)

  이제 이 공문의 효력이 12시간여 남았다... 누구든 접촉자가 될 수 있다. 격리기간 중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격리생활 중에 가장 하고픈 것 네가지(14)를 선정했다.  이것들을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꼭 다 마치겠다.

  * 1타4피 : 가족파티, 달리기, 등산, 사진촬영

  격리를 마치자 마자 식탁에 앉아 먹는밥이 이리 맛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14일만에 신어보는 신발이 무겁다.

  그리던 쏘맥 한잔이 14일간의 격리시간을 잊게 한다. 

  중랑천을 달렸다. 필드가 힘들었지만 안방보다 즐겁다

  내일은 등산가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사건에 막상 닥치게 되면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이번 격리생활만이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다...  주변에서 함께 해줘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혼자 처리하기 힘들때가 있다. 

 

  "이번 격리생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