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마라톤대회 참가기 - 2005.4.26
** 과거의 추억을 찾아 기록화 하고자 올렸던 싸이트(클럽 홈피)에서 찾아왔다.. 지금부터 17년전..
3월초 약간의 추운날씨 속에서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참가하고 지난주 서울시직원마라톤대회에 참여한 후 금년 4번째 대회로 잠실벌에 섰다. 출발전부터 자신이 없다. 물론 연습부족에서 오는 당연한 겸손이다.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마저 불어줘 연습부족인 나를 후회하게 하는 좋은 4월의 날씨다.
도착하여 우리 달리미가 어디있나 찾아보지만 누구하나 많은 달리미들 속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함께 달리자던 김0겸 달리미 그리고 경향에서 보자던 최0환 달리미도 보이지 않는다.
주로에서나 만나야 될 것 같다. 사실 주로에서 만나면 또한 반갑다. 동반주하면 더욱 힘이난다. 아쉽다.
오늘 대회에 전에 구청에서 과장님으로 계셨던 안0주과장님이 페이스메이커로 선정되셨다.
그래서 페이스메이커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찾아보았지만 계시질 않는다. 주로에서라도 만나면 좋겠다.
** 아이미디어는 당시 스포츠 사진 전문 촬영회사
출발선에 섰다. 내빈중에 현서울시장과 정당의 관계자가 있었다. 반갑지 않았다. 순수한 스포츠인 마라톤대회에 누구건 간에 정치인들을 초청하거나 그들이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램을 가져본다.
드디어 출발.
초반부터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이런 상태라면 완주를 위해선 속도를 더욱 낮춰야한다.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달린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흘리는 땀을 씻어준다. 기분은 참 좋다. 판교를 달려서 다녀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약 10km지점 53분이다.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데 조금은 빠른 속도 같다. 조금 더 늦춰야겠다. 하프의 선두주자들은 나를 제치고 열심히 달린다. 위아선수들이 선두권이다.
하프 반환점에서 하프코스 쪽으로 달려가고 싶다. 사실 힘이 든다. 약 10.5km정도 달려왔다. 시간은 58분정도. 달린만큼을 더 달려가야 풀코스 반환점이다. 그러나 울트라까지 도전했던 마음으로 힘들지만 완주하기 위해서 반환점인 판교까지는 가야겠다.
15km지점에서 물을 마시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물을 마시며 걸었더니 다시 뛰기가 힘들다.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물을 마시면서도 가능하면 서서히 뛰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몇 km를 지났을까 반대편 주로에서 반환점을 돌아 달려오는 풀코스 선두주자가 보인다. 흑인이다. 위아소속인 듯 하다.
위아선수들이 역시 풀코스에서도 강세다. 그들을 볼땐 힘이 약간 더 나는 듯 싶다.
여기 저기서 걷는 달리미들이 보인다. 그들도 달리고 싶을 것이다. 몸이 따르지 않으니 걷는 것이다.
몸이 허락되지 않으면 저렇게 걷는 것이 현명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났다.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신 고 P과장님이 생각난 것이다. 마음이 찡해온다.
18km에서 19km사이 이0민달리미를 만났다. 반대편주로에서 열심히 달려온다. 지난 3월 동아대회에서 서브3를 달성한 이건민 달리미. 그는 자랑거리다.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서로 화이팅을 외친다.
반환점이 다가온다. 20km 지점에서 물을 마셨다. 3컵이나.
마시고프면 마셔야지. 달리고 나서 후회되지 않는다.
아 반환점이다. 시간은 1시간 57분 58초. 후반에 이 기록을 내지 못할 것 같다. 아마도 4시간이내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어쨌든 달려야 한다. 완주의 기쁨이 기다리기에.
반환점을 돌아 얼마를 갔을까 김0겸달리미가 반대편 주로에서 보인다. 컨디션이 안좋은 것 같다. 서로 힘차게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24km지점정도 되는 것 같다.
한 달리미가 쓰러져 있다. 허벅지에선 피가 흐른다. 근육경련(쥐)이 심하게 난 모양이다. 뒤쪽에서 회수차량이 오고 있다. 연습부족이거나 연습량에 비해 속도를 너무 낸 탓일 것이다.
32.5km지점이다. 이곳에서 하프주자들이 풀코스주자들과 헤어졌던 곳이다. 그때 이곳으로 달려간 하프주자들이 부러웠던 곳이다. 어느덧 이곳까지 달려왔다.
이제 약 10km정도 남았다. 35km지점에 와선 속도가 더욱 늦어진다. 걷고 싶다. 걸으면 쉬고 싶어질 것이다. 그래서 걸을 수 없다.
물을 세컵 마시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골인점까지 걸어들어가기 싫다. 힘은 들어도 처음에 달려 출발했듯이 달려서 골인하고 싶다. 골인점에서 걸으면 창피하니까.
40km지점을 통과해선 거의 다왔다 싶다. 그런데 마지막 2.195km가 이렇게 멀까 가도 가도 도로에서 달리는 달리미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블랙홀속에 말없이 빨려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릴뿐이다. 내 뒤의 주자들도 나를 포함해 앞의 달리미들을 그렇게 볼 것이다.
종합운동장 앞, 많은 사람들이 힘! 그리고 화이팅!을 외쳐준다. 그래도 오늘은 힘이 나지 않는다. 내 몸이 체력을 모두 소진한 탓이다.
종합운동장 메인스타디움 빨간 우레탄트랙을 돌아 골인했다.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멋지게 폼을 잡았어야 했는데. 나중에 사진 나오면 꼭 봐야지.
그래도 여유는 있는 모양이다. 포즈를 취하려 했으니.
동아마라톤 풀코스 후 금년 두번째 풀코스 참가다. 물론 개인기록은 동아보다 좋지 못하다. 하지만 난 완주를 했다. 그것으로 기쁜 것이다. 기록은 4시간 4분 47초.
금년 경향마라톤대회의 완주기쁨은 일주일전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고 p과장님과 함께하고 싶다.
다시 한 번 가신 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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