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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동(헤엄,잔구,뜀박질 등)

오버페이스는 바보짓 : 2004년 달리미들의 춘천축제를 마치고...

*** 과거 운동했던 참여수기를 모아 기록을 위해 남기고자 찾아서 가져옴.

 

 

[105리 여정 전]

  2004. 10월 어느 가을날, 아침 7시에 버스에 올라 9시가 되기전 춘천에 도착했다. 파아란 하늘속에는 구름이 가끔 있었고 기온은 10도가 조금 넘어 달리기에는 적당한 날씨다. 좋은 기록이 기대된다.
 

  운동장에는 먼저온 달리미들이 오색 찬란한 런닝복장으로 트랙을 돌고 있었다. 마라톤패션에 관심이 있는 나로선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마라톤동호회에서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춘천마라톤대회를 계획하고 중랑육상연합회 회원과 선관위직원, 지역주민 등 총 43명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지역주민중에는 여성달리미, 부부달리미, 2년전까지 철인경주에 참여했던 달리미, 가족과 함께 참여한 가족달리미 등 경력과 이력들이 나름대로 있었으며, 행복한 사연들을 가지고 참여하였다.

 

  이제 마라톤동호회가 전주민을 상대로 발전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단체사진을 찍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마라톤축제를 즐길 준비를 해갔다.

 

  나는 오늘의 목표기록을 3시간 39분으로 정했다. 3주전 있었던 대회의 하프기록이 1시간 39분이니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올여름엔 울트라 100km대회를 준비했고, 50km를 완주했으니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다만, 하프대회 이후 3주동안 연습이 부족한 것이 다소 걱정 되었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F조 그룹에 서서 달릴준비를 했다. 11가 되자 엘리트선수들이 출발했고 그 뒤이어 마스터즈 그룹들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F조 차례가 왔다. 마음속으로 !!”을 강하게 외치며 출발했다.

 

 

2. 105리 여정의 시작

  기분좋게 운동장 트랙을 밟고, 달리미 가족 및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운동장의 관문을 빠져나갔다. 올해는 여성달리미들이 눈에 많이 띈다. 화려한 복장으로 얇은 다리를 힘차게 내 딛으며 달린다. 저런 다리에서 무슨 힘이 날 수 있을까. 무엇이 저들을 달리게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초반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춘천대회에서는 항상 초반 3,4km의 완만한 오르막이 전체레이스를 가름하는 주의해야할 코스다. 나는 3시간40분 페이스메이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렸다. 이 들을 끝까지 쫒아가면 3시간40분안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계획된 페이스대로 달렸다. 5km까지가 27분이다. 내 딴엔 초반 오르막이 있어 약간 늦춰 달린 것이다. 의암댐을 지나 좌측산의 단풍을 즐기며 우측으로 의암호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달렸다. 모두들 달린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모습들이다.

 

  한 7km쯤 일까. 내 발이 아팠다. 양쪽발 안쪽에 물집이 잡힌 모양이다. 103일 대회에 신고 달렸다가 그 부분에 물집이 잡혔던 신발인데 나에게는 맞지 않는 모양이다. 이 물집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앞서가던 여성달리미들을 추월하며 달렸다. 붕어섬 주변에 다다랐다. 여기가 10km지점이다. 10km까지의 기록은 52. 성공적인 레이스다. 처음 5km27분에 뛰었고 나중 5km25. 그러니까 km5분대에 뛴 것이다. 여기까지도 성공적이다. 앞으로 남은 거리는 32.195km.

 

  13km를 조금지나면 오늘 우리팀이 저녁식사를 할 콩쥐팥쥐라는 음식점이 나온다. 목이 아플정도로 왼쪽만 바라보며 달렸다. 지금도 3시간40분 페이스메이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저 멀리 콩쥐팥쥐간판이 보인다. 반가움에 숨이 막힐정도로 마구 달렸다. 음식점앞에 다다르자 마라톤동호회 프랑카드가 도로가에 붙어 있었고 도로 우측엔 콩쥐팥쥐의 사장님 남편인 지적과장님이 북을 치며 달리미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계셨다. 지적과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꽂혀 있던 마라톤동호회 깃발을 빼서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또 내 앞에 있던 가녀린 다리로 달리는 여성달리미들을 추월해갔다.

 

  20km까지가 1시간 43분이다. 이정도면 전반 10km 52분 나중 10km 51분에 달린 것이다. 현재까진 성공적인 레이스다.

 

 

3. 아니 갑자기 힘이 쭈욱 ......

 

  이럴수가 절반지점이라고 표시된 부분을 지나자 갑자기 힘이 쭈욱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 곧 오르막길. 여기서부터 나를 추월해가는 페이스메이커를 쫒아가지 못하겠다.

 

  25km지점을 지나 다리를 건너자 나와 함께 동거동락을 했던 페이스메이커는 보이지 않는다. 쫒아 갈래야 쫒아갈 힘이 없어 목표를 수정해야만 했다. 수정한 목표는 3시간 50분이다. 이정도야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달려나갔다.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힘이 더욱 소진되고 있었다. 이젠 춘천호반의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다.


  30km까지의 기록이 2시간 42분이다. 세 번째 10km구간을 거의 km6분속도로 달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달리면 3시간 50분에도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달리고자 2번째로 목표를 수정했다. 목표시간은 3시간 59분이다. 4시간 안으로 들어오고 싶었다..

 

  배가 고파 이것 저것 먹었더니 포만감에 더욱 힘이 없어진다. 그러나 걷지 않았다. 다만 급수대 앞에서만 걸으며 음식을 먹었다. ‘먹는게 남는거다라는 마음을 갖자 편안해졌다.

 

  풀코스의 마의 구간 35km지점 정도 되었을까. 걷고 있는 우리 직원을 만났다. 다리에 쥐가 났던 모양이다. 아마도 초반 오버페이스를 한 모양이다. 평소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던 달리미인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조금 더 달리니 나에게 추월당했던 여성달리미들이 하나 둘 나를 추월하기 시작한다. 저리 가냘픈 다리로 풀코스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감탄 그 자첸데 나보다도 먼저가니 대단한 여성들이다. 물론 나보다 잘 달리는 여성달리미들이 많이 있다.  

 

  이제 40km지점 중학교앞을 지나간다.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힘내라 한다. 나도 응원에 부흥해서 힘내어 달리고 싶다. 그러나 다리는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다. 다시 넓은 도로 운동장 앞 도로를 지나 메인스타디움으로 향하는데옆에서 누가 툭 친다. 임규호 주임이다. 반가웠다.

  함께 달리는 것이 둘 모두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마지막 시간을 보며 달렸다. 그리고 메인스타디움에 들어섰다. 들고 달리던 마라톤동호회 깃발을 더욱 높이 함께 치켜 들었다.

  골인. 내 시계에 나타난 기록은 3시간 5914초다. 간신히 4시간안에 들어왔다. 2차 수정한 목표기록이다. 마지막에 임규호 주임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집이 잡혀 아팠던 발을 보니 핏물이 빨갛게 가득차 있었다. 옷핀으로 찔러서 핏물을 빼냈다. 신발탓이다. 다음엔 신지 말아야겠다.

 

4. 2004년 달리미들의 가을 춘천축제를 마치며 ......

 

  이번에 목표를 너무 높이 잡았나보다. 당초 3시간 50분 정도의 목표로 페이스를 유지했으면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역시 자신감만으론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 대회는 여성달리미들의 개성있는 패션복장들이 다양해서 재미있는 대회였으며 그녀들의 가냘픈 다리로 완주한 것에 대해 더욱 감탄하게 되었다. 적어도 대한민국 여성들은 나약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완주를 즐기는 달리미들이 계속 있는 한 달리미들의 축제는 계속될 것이다. 그 가운데 나도 함께 있을 것이다.

 

 

*** 나나영초의 18년전 마라톤대회 참가기

     이때는 기록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전보다 어땠는지 기록을 살펴보게 된다.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인 만큼 기록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 건강을 위한 마라톤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