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운동했던 참여수기를 모아 기록을 위해 남기고자 여기저기 올렸던 과거 자료를 찾아서 가져옴.
[참가기] 2002년 춘천마라톤 대회 105리 참여수기
마라톤을 시작해 두 번째 105리 도전이다. 첫번째는 3월 서울마라톤대회다. 두번째가 환상의 마라톤 코스라고 하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신청하기 위해 우리 동호회에서는 신청시작 시간부터 참여신청한 직원 22명을 입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점심식사도 제때 못하면서 결국 6시간만에 신청을 완료했다. 그래서 그런지 춘천종합운동장에 들어서는 발걸음은 흥분되었으며 내 마음은 뛰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마라톤 최고의 코스라는 곳에서 달리게 되다니 꿈만같았다.
풀코스 첫도전인 금년 3월3일 서울마라톤에서 오버페이스로 간신히 완주 끝에 무릎부상을 입고 2개월간 얼마나 고생했던가를 생각하면 이번 춘천 105리 도전은 장거리 훈련부족으로 겁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작전은 4시간 30분 목표로 30km지점까지는 km당 6분대를 유지하고 이후에는 속도를 줄여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로 하였다. 대회는 내년에도 있기에...
- 5km지점까지
드디어 출발시간인 11시5분 엘리트 출발에 이어 그룹별로 출발이 시작되었다. 나는 E그룹에 속해 출발을 했다. 초반에 언덕코스가 시작되었다.
숨이 가쁘지 않을 정도의 속력으로 천천히 달렸다. 전에 처럼 초반 오바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초반부터 연습때와는 달리 다리가 힘듬을 느꼈다. 별로 좋지 않은 징조인 것 같았다. 앞으로의 먼 거리를 어떻게 달려야 하나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왕 출발했으니 회수차(참여선수 기권자 태우는 버스, 우리는 회수차라 한다.)는 타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서서히 달렸다.
초보 마라토너의 교본대로 첫 급수대에서 서서 물을 마신 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했다. 초반에 내가 많이 뒤로 처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 만은 작전대로 달리기로 했다. 5km지점 통과시간 29분이다. km당 약 6분정도로 달렸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정도면 나의 계획대로 달린 것이다. 그러나 다리는 무거웠다. 사실 다리가 무거워 속력을 더 내기도 걱정되었다.
- 10km까지
이제 의암댐에 다다랐다. 춘천호반 의암호의 시작이다. 천천히 출렁이는 푸른호수를 바라보며 오늘 흐려서 푸르른 하늘을 포기해 버린 가을하늘의 보상을 받고 있었다. 의암호를 바라보며 달리다 보니 우측으로 붕어섬이 보였고 좌측엔 단풍든 모습의 가을나무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춘천의 가을정취에 취해 달리다 보니 벌써 10km지점이다. 시간은 58분정도 여기까지는 성공적인 나의 페이스다. 이제 다리가 조금은 풀린 것 같다. 다리의 무거움은 없어진 듯하다.
- 15km까지
무거웠던 다리가 풀려 기록에 대한 욕심이 나 더 달릴 수도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오버페이스 하지말자'라는 메시지가 계속 뜨고 있었다.
지금도 나를 추월하여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측의 잔잔히 출렁이는 푸르른 의암호수와 좌측의 단풍든 숲을 감상하며 속도를 계속 조절했다. 15km까지 그렇게 힘듬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던지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 20km까지
20km지점으로 기억되는데 이곳에서 파이 비슷한 음식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파이와 물을 먹고 다시 기운을 얻었다.
의암호 옆 동네인 성어촌 앞을 지나자 주민들이 곳곳에서 손을 흔들며 "힘"을 외쳐주었다. 피곤함이 사라지는 듯 했다. 이제 걷는 참가자들이 한 명 두명 눈에 띠었다.
중도와 삼중도를 지나며 조금만 더 가면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만 달리면 된다. 시작이 반이고 반까지 왔으면 다 온 것 아니겠는가. 자 힘을 내자...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 25km까지
도로에 파란 줄표시가 있는 하프(21.0975km)지점을 지나며 벌써부터 완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같으면 아직도 반이 남았구나 언제 가나 싶었는데 이번은 아주 긍정적인 나 자신에 대해 놀랬다. 자 다시 새롭게 출발하자며 즐달(즐거운 달리기)하는 기분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25km지점에 다다르자 호수 건너편 102보충대 앞에서 달리는 많은 달리미가 보였다.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이지점과 그쪽 지점 모두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언제 저기까지 가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자 힘이 쪽 빠짐을 느꼈다. 좀 전의 긍정적인 생각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나도 저 지점을 통과할 때 현재 내가 달리고 있는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나름대로 km당 6분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 30km까지
25km를 지나 춘천호 앞에 다다르자 군인들과 주민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군인들은 아마도 102보충대에서 사단배치를 받지 않은 장정들이 아닌가 싶다. 나역시 102보충대 출신이라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춘천호를 뒤로 하고102보충대 앞을 지날 때 다시 장정들이 연도에 서서 춘천달리미들을 응원하여주었다. 누가 시켜서 하든 그렇지 않든 달리는 우리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었다. 나는 손바닥을 일일이 마주치며 힘차게 달렸다. 나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 35km까지
인가가 있는 쪽으로 오자 연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고 있었다. 호수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지점에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완주하려는 사람들이 저리 많구나를 생각하며 힘차게 달렸다. 이곳까지는 빠른속도가 가능했다. 다리에 바늘을 찔러 피를 흘리며 달리는 사람이 보였다. 완주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많은 달리미들이 지나며 괜찮냐고 그에게 묻자 괜찮다고 답을 하며 그 달리미는 계속 달렸다. 그는 아마 완주하였을 것이다.
- 40km까지
37.5km까지는 잘 달려왔으나 마의 구간(37.5km)에 다다르자 내 생각대로 페이스가 유지되지 않았다. 참 지루한 구간이다. 소양2교를 지나서는 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가 지치게 만든다. 곳곳에는 걷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절대로 걷지 않겠다던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노라 다짐을 하며 속도는 줄었으나 계속 뛰었다. 여기까지 100리를 달렸다. 마지막 5리가 기다리고 있다.
- 42.195km까지
마지막 5리하고 195m 이제 다리에 남은 힘은 없다. 다행히 여기까지 무릎이아프지 않아 완주는 자신이 있다. 이제 마지막 힘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2km가 너무 길게만 느껴진다. 달리자 달리자를 속으로 외치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숨이 가쁘다. 운동장에 들어서는 입구에 다다르자 힘이 솟았다. 드디어 완주에 성공했구나 싶었다. 트랙, 이제 300m정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 사이로 기분좋게 달려가는 나 자신을 느끼며 호반춘천 105리를 마무리 했다.
- 완주하고 나서
시간은 4시간 10분 나로선 만족할 만한 기록이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 오늘의 레이스를 되짚어 보면 충분한 준비운동과 초반 언덕코스에서 천천히 달렸던 것이 후반 걷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96년 춘천마라톤 우승자 전국가대표 방선희씨가 쓴 춘천마라톤 코스별전략을 여러번 읽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물론 그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무리없는 완주가 될 수 있었던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내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이 벌써 기대된다. 내년에는 연습을 충실히 해서 빼어난 가을춘천의 호수와 단풍경관을 감상하며 우리국토의 자랑거리를 여유있게 달리련다. (끝)
***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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