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젖고 빗물젖은 고구마를 캐 본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오늘 그 이야기다..
"고구마 캐는데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소작농의 간부화가 필요했다.. 이 부분은 악덕지주의 방침"
눈물과 빗물 젖은 고구마 이야기.. (눈물과 콧물 없이는 차마 볼 수 없는 초보농군들의 삶, 거의 인간만세임)
한달전에 서울촌놈들의 고구마 캐기 체험 날짜를 잡았는데 비소식이 있었다.
비가 오후에 온다는 예보에 따라 오전에 일찍 모여 캐고, 비올때 점심식사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8시 조금 지난시간 고속도로 절반쯤 갔을까.. (사진 : 5.22, 고구마 심은 후)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악덕지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악덕지주란 악하지 못한 덕있는 지주란 뜻. * 출처 : 나나영초 머리속)
다급한 악덕지주의 목소리..
오후 2시에 비 온다더니 벌써 온다. 어디만큼 왔니?
이말은 돌아가라는 뜻..
이미 절반을 왔는데 예서 말수는 없지. 간다고 했다. 사실 친구는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한 것이지만 이왕 나왔으니 친구들 보는 것도 좋다라는 나나영초는 생각이 들었다.
고구마 안캐면 어떤가.. 힘들지 않고 좋지..
도착하니 친구 둘이 먼저 와 있었다. 블로그 출연자를 소개하면 악덕지주, 수석소작농, 책임소작농 그리고 나나영초다. 비가 와서 안한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왕 왔으니 좀 캐가야 되지 않겠냐는 지주의 말에 간부 소작농 2명은 적극 찬성하는 것이다. 지주의 힘은 역시 쎄다..
부슬 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장비를 챙겨 고구마 심어놓은 아래에 있는 밭으로 이동 한다.
일터로 향하고 있는 지주와 간부 소작농들.. 말단 소작농 나나영초는 찍느라 사진엔 안나왔다.. 수석 소작농이 외발카트를 끌고간다.
수석 소작농은 괜히 수석이 아니다. 장비를 싣고 오늘 일할 고구마 밭에 도착해,
사용할 장비를 체크한다.. 악덕지주도 농사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도 작업전 사전교육을 실시한다...
과목으로 고구마 캐는 작업론, 작업시 안전조치론 등을 강의했다.. 중대재해 처벌법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참 유익한 교육이었다..
먼저 낫을 안전하게 들고,
풀들이 많이 자라 있으므로 풀들의 줄기를 제거한다. 낫이 잘 안드네..
다음은 삽질하는 방법이다. 삽질을 할 때에는 삽을 비스듬하게 하지 말고 위에서 수직으로 찍어서 흙을 들어내라고 한다. 그러면 고구마가 나올것이라고. 결국 제일 쉬운 삽질은 내가 하게 되었다. 나에게 쉬운 것 시켜줘서 동료 소작농들이 고맙다. 호미로 하는 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상황에 따른 고구마밭 삽질 방법이다. 수석 소작농이 자세히 바라보고 있다.. 수석은 모범을 보여야 하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수석 소작농이 제일 쉬운 삽질을 하는 줄 알았다..
고구마 줄기가 발견되면 조심히 삽질을 해야 한다.
까만 비닐봉지가 신경 쓰인다. 이 후에 비닐도 제거하라고 일러준다.
고구마와 고구마 줄기가 함께 나온다.
이상 고구마에 대한 명강의를 악덕지주로 부터 듣고 작업에 참여한다..
교육을 마친 후 수석소작농과 책임소작농은 풀과 고구마 줄기 제거를 시작한다.. 완장을 주니 책임감이 남다르다. 나는 이때 삽질을 시작한 것으로 기억된다.. 낫질도 잠시 해봤는데 힘들다. 솔선수범해서 열심히 하는 간부 소작농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삽으로 열심히 캐는데 고구마가 저렇게 싹뚝 잘리기도 한다.. 고구마 줄기로부터 적당히 멀리서 삽질을 해야 하는데 좀 가까이에서 했나보다.. 강의와 실전은 다르다.
실제 삽질은 땅이 잘 들어가서 쉬웠다. 삽을 수직으로 찍은 다음 사진처럼 들어내면 된다. 사진은 들춘다음 뒤로 빼는 중
까만 잘린 비닐이 나왔다. 산에도 들에도 비닐은 자연에 도움이 안된다.
유적을 발굴하는 것 같은 조심스러운 호미질과 손활용이다. 고구마를 캐는 수석 소작농, 뒤로는 낫질을 하고 있는 악덕지주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하면 나처럼 고구마를 벨일이 줄어든다.. 괜히 수석 소작농이 아니다..
수석 소작농 옆에서 낫질만 하는 것인지 감시도 함께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감시하든 안하든 수석 소작농 진짜 열심히 한다..
악덕지주의 함박 웃음..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구마를 들고 기뻐한다.
고구마가 맘에 드나보다. 지주만 좋아한다..
입은 다물었지만 천진난만한 웃음기는 남아있다. 자연의 수확은 이리도 기쁜걸까.. 지주의 모습만이 아니라 모두가 이런 모습 아닐까. 소작농 간부진은 일만 하고 있다. 좀 쉬면서 하지..
고구마는 하나 하나 쌓여간다.. 내가 쓰고 있는 삽도 고구마와 함께..
여기저기 고구마가 모인다.
고구마가 보인다. 고구마 찾기. 힌트) 삽날을 중심으로 찾으면 된다.
오늘 다하지 못했다.. 나머진 악덕지주가 알아서 하기로 했다.
소작농의 완전체인 나나영초는 간부도 아니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장화가 흙색으로 위장했다.. 비는 계속왔다. 내 모자 챙에서 빗물이 눈물되어 떨어진다.
책임 소작농, 사진을 찍자 순간적으로 호미를 내려놓고 손가락은 브이자가 된다. 찬스에 강한 책임소작농이다..
수석 소작농, 허리 아프지 않나 손에 든 연장(호미)은 든채로 미소만 지어보인다. 군대에서 총기사랑 하듯이 호미사랑질이다. 괜히 수석 소작농이 아니다..
악덕지주의 포스가 느껴진다. 소작농 간부진 진짜 열심히 일한다.
오늘의 소작농과 고구마. 악덕지주가 사진 찍는다고 보라고 해 소작농 일동은 주목했다..
지주가 고구마 3박스를 하사한다.. 하지만 오늘 오지 않은 소작농을 다음에 참여시키려면 유인책이 필요 하기에 1박스는 거의 자발적으로 반납했다..
지주는 고구마 상태 그대로 그늘에서 말리라고 한다.
오늘 일한 밭이다.. 아직도 멀었다. 나머진 악덕지주가 알아서 하기로..
두박스다. 제법 큰것도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농사한번 지어보지 않은 친구들이 지주와 소작농이 되어 이런 수확도 해보고...
악덕지주의 말씀대로 집에서 베란다에 이렇게 말린다.. 한 번 뒤집어 주었다.
친구들을 고구마로 인해 이렇게 볼 수 있어 좋다. 우리는 고구미들..
[ 부록 1ㅡ 수박 이야기]
가뭄이 계속되던 22.5.22 이었다.
먹던 수박의 씨앗 여섯개를 심고 물을 무지막지하게 주었다.
입에 넣었다 뱉은 수박은 자라지 않는다고 믿거나 말거나식 누군가의 발언이 있었다..
아래밭에 고구마를 심고나서 수박을 먹고 내 입에서 뱉은 수박씨 여럿개를 심고 물을 잔뜩 주었다.(사진속 물을 주고 위에 철사로 표시 해 두었다.)
침 묻은 수박씨는 자라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켜보련다.
내가 자주 오기는 힘들듯. 자주 오는 친구들이 잘 돌봐주길 바랄 뿐이다.. 몇개나 수박으로 살아날까?
'어쨌든 기다려 보자..' 라는 마음이었다.
친구가 올린 단톡방 사진이다. 잎이 올라와 이렇게 자라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가운데 자란 것이 수박잎인가? (친구가 찍어 단톡방에 올린 사진) 참 신기하다. 내 입속에 들어갔다 나온 씨가 이렇게 자라다니..
수박이 아직은 주먹만 하다. (올 여름 친구가 찍어 단톡방에 올린 사진)
여름 어느날,
결국 2개가 살아 남았다. 생각보다 크진 않다. 먹을것도 없겠다. 지난 여름보단 조금 더 컸다. 저 두개를 하나씩 악덕지주와 나눠 먹었다는...
책임 소작농이 다 크기도 전에 땄다는 의구심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크기전에 따면 자신에게 좋은게 뭐가 있을까, 음... 미리 딸만한 동기가 없네.. (올 여름 친구가 찍어 단톡방에 올린 사진, 이친구의 직위는 책임 소작농)
[ 부록 2ㅡ 배 이야기]
배 1그루를 분양받아 3년째 수확하고 있다. 올해는 욕심을 너무 부려 갯수가 너무 많다. 큰 것도 꽤 있으나 작은 것들도 많다. 내년엔 욕심 부리지 않고 120개만 봉지를 씌워야겠다.. 전체 한 170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좀 과감하게 줄여서 봉지 씌우는 선택을 해야한다..
*** 오늘 하루를..
친구들과 함께 한 하루, 나이 들어가며 이렇게 건강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우리 언제나 건강하자..
안전산행처럼 안전하고 즐겁게 지내자.
우정은 아름다워
*** 화려했던 봄날(5.22) 고구마 쌩초보들의 고구마 심기(아래) 클릭
'여행 등 내 인생 특히 기억나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굵고 짧은 휴식 석양의 잔치 제주.. (22.11.06 ~ 11.08), 나나영초 (163) | 2022.11.18 |
---|---|
물 건너 온 친구 아라키상(水をわたってきた友達のあらきさん), 221103 (210) | 2022.11.05 |
농다리... 진천 농다리(220900) (214) | 2022.09.11 |
헉, 내가 두줄이라니... 못 슬기로운 코로나19 격리 일주일 (192) | 2022.09.05 |
일요일엔 잠수교를 걷자.. - 뚜벅뚜벅 축제('22.8.28~10.30) *매주 일요일 (274) | 2022.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