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mm를 달린 나, 그 때를 추억하며... 2005년 10월 9일
2005년 10월 9일이다. 그니까 지금부터 약 17년전. 그 당시 내가 잠시 돌았던지 미쳤었나보다...
1억미리를 달린 것이다. 왜 달렸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마라톤을 쭈욱 하다보니 1억미리 정도는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을 것이다.
마라톤을 2000년에 본격 시작했으니 만 5년 직전이다.
* 여기서 퀴즈 : 1억mm는 몇km일까?
지금은 블로그에 내가 특히 기억나는 과거를 추억하고자 한다. 두고두고 보려고...
당시 마라톤 참가수기를 옮긴 글이다.
*** 내가 속해있던 동호회 카페에서 퍼왔다. 사진은 그때 마라톤 사진작가인 김현우작가가 찍었다.
김현우작가완 일면식도 없다. photoro.com은 당시 스포츠사진전문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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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mm를 달렸다...... (제6회 서울 울트라 마라톤대회) 나도 울트라맨?
금년(2005년) 서울울트라에 참가하기 위하여 올 2월부터 장거리를 거의 1개월에 한 번씩은 달려주었다.
2월에 있었던 32.195km를 시작으로 3월 3월에 동아마라톤 풀코스, 4월 경향마라톤대회 풀코스, 그리고 5월엔 천진암 65km를 달렸고,
7월말에는 분당에서 열린 서머나잇 대회 60km를 달려 나름대로 100km 울트라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꾸준하게 규칙적으로는 연습은 못했어도 나름 시간 되는대로는 준비를 한 것이다.
어차피 나는 런고수가 아니라서 완주에 중점을 둔다.
나름의 연습량이 조금은 되기에 왠지 완주할 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감이 은근히 있었다.
새벽 2시 30분 쌀쌀한 새벽날씨 속에서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을 갖고 있는 울트라 전문 매니저 이인환님이 나를 데리러 왔다.
새벽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상계동에서 출발해 우리가 대회장(양재시민의 숲) 근처인 교육문화회관에 도착한 때는 3시 10분 경.
처음에 교육문화회관으로 가서 한참을 헤메다 함께 출전하는 달리미들을 만나 어둠속을 뚫고 대회장에 도착했다.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미리 답사를 왔어야 하는데 서울 촌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회장은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 많은 달리미들이 모이지 않았다. 배번과 기념품을 받고 탈의실을 들어갔다. 어느 한 달리미는 졸립다며 탈의실에 눕는다. 이해가 된다. 나 역시도 충분한 수면은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천천히 준비를 하고 대회장 주변을 둘러봤다. 일본 참가자들이 보였으며, 터키에서 온 달리미들도 보였다. 일본인들은 이 대회에 꾸준히 참석한다고 한다. 터어키에서는 3명이 형제의 나라에 온 것이다. 모두 완주하기 바란다.
심인숙 감독의 스트레칭으로 준비를 하고 안내방송에 따라 출발선에 모였다. 100km 울트라 여행을 즐겁게 하라는 멘트가 나왔다. 과연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런지 스스로 의심해 본다. 어쨌든 지금의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다.
이곳이 출발하는 곳이다. 총소리가 들리고, 화약냄새가 나기전 달려 나갈 것이다. 나야 뒤쪽에서 천천히 가겠지만
출발장소에 마라토너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출발신호와 함께 많은 달리미들이 우루루 달려나간다. 완주에 대한 떨리는 마음으로 나도 달려 나갔다. 이 기분을 뭐라고 말해야 될까를 생각해 본다. 이러다 완주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괜히 했다는, 너무 무모하지 않았나 등.
어쨌든 뚜껑은 열렸고 잘 삶은 그 무엇인가를 꺼내야만 한다. 김만 모락 모락 나는 그 모습은 있을 수 없다. 레이스 초반은 적당한 속력을 유지했다. 초반 달리미들이 많아 어차피 스피드는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양재천에서 탄천으로 들어간다. 이때 반대 주로에서 100k 선두주자가 보인다. 일본인 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가 그 뒤를 이어갔다. 일본 여자선수가 보인다. 그 뒤를 이어 미모의 심인숙 감독이 지나간다. 심인숙 감독은 10월3일 있었던 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에서 서브스리를 하며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던 마스터즈 국가대표감이다. 너무 무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는 탄천에서 한참을 헤메야 했다. 이들은 이미 이 곳을 다녀온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 달려오다니. 코스가 앞서가는 주자와 마주치는 구간이 일부 있다.
어느새 어둠의 새벽은 가고 환한 모습의 아침이 내게로 다가왔다.
탄천의 아침은 물안개 가득 신비감을 선물하고 있었다. 탄천을 다 돌아 이제 한강으로 들어섰다.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파이팅을 외쳐준다. 15km를 1시간 41분에 달렸다. 100km를 생각하면 조금 빠른 레이스다. km당 7분으로 달릴 계획이었다. 20km를 2시간 14분 정도. 전반엔 7분 페이스, 후반엔 8분이나 9분페이스로 달리려 한다. 그래서 목표는 13시간에서 13시간 30분사이다.
급수대가 있는 곳에서는 물을 계속 섭취해 주었다. 평소 달릴때는 먹지 않는 음식도 지금은 계속 달려야 하는 상황인지라 배고프면 달릴 수가 없다. 조금씩 배에 넣고 달려야 한다. 나는 시간내 완주가 목표다. 급수대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환호와 파이팅은 나를 달리게 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5km마다 물과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서바이벌 울트라가 아니기에 음식을 주최측에서 준비한다. 서바이벌 울트라는 공식적인 급수가 없다. 알아서 챙겨야 한다.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광진교를 지나 28.8km 지점의 강동대교 근처에 도달했다. 배가 고파왔다. 조금 쉬며 음식을 섭취하고 다시 달렸다. 여기까지의 시간이 3시간 15분이다. 아직까진 성공적인 레이스다.
앞에 마산315클럽의 달리미들이 보인다. 단체로 참가한 모양이다. 대단하다. 이들의 뒤를 따라가며 35여 km지점까지 함께갔다. 내가 못따라 가겠다.
김포의 정00님은 김포에 꼭 오라고 한다. 김포평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수원의 김00님은 부인과 함께 부부가 완주하기 위해 참가했다. 부인은 이00님으로 우리보다 훨씬 앞서 달렸다. 나중에 두분이 모두 완주해서 부부 울트라 완주상을 받고, 부인인 이00님은 연대별 시상도 받았다.
달리는 중 힘은 들었으나 동반주중 정00님의 재미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울트라를 달리는 사람들은 거짓이 없다며 사돈을 맺자는 둥, 김포에 꼭 오라는 둥, 달리며 계속 만나는 일본인 여자선수에게도 잘달린다고 한마디씩 해준다. 우리말을 알아들었는 지 어떤지 알수는 없지만 하이 하이 땡큐, 화이또, 간바레, 간밧때 구다사이네 등 등을 자그맣게 외쳐준다.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이 피곤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정말 즐거운 달리미다.
정확히 몇 km지점인가는 모르겠으나 급수대의 자원봉사자님이 힘을 외쳐준다. 그리곤 내 상의를 보더니 막 웃는다. 옷에 일부러 바람구멍을 뚫었냐고. 맞다. 햇볕에 타는게 싫어 마라톤복으로 긴팔을 입었다. 더울까봐 옷에 구멍을 내 바람이 쉼없이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만의 비밀을...
나는 바로 전 급수대에서 가지고 왔던 음료병을 놓으며 돌아올때까지 지켜달라고 했다. 그 자원봉사자가 꼭 돌아오라고 했다. 지금은 40km지점이지만 돌아올땐 이곳이 85km지점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면 15km만 남는다. 지금 기분 같아선 쉽게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고난의 가시밭길]
풀코스 지점인 42.195km지점을 지났다. 지루함을 잊고 이렇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여의도 둔치다. 평소 마라톤대회의 출발과 골인 지점인 이곳을 지나 달려간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약 53km. 국회 의사당을 옆에 끼고 달린다. 발이 무거워지고 이제 피곤함과 지겨움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반대편 주로에서 골인점을 향해 달려가는 달리미들이 부러웠다. 정00님이 한마디한다. 저사람들은 인간이 아니고 철인이라고.
턴지점이 방화대교 바로 앞부분인 64.4km지점이다. 이곳에 부부달리미 이00님이 가장 먼저 도착해서 맛사지를 받았고 내 바로 앞서 정00님이 도착해 쉬고 있었다. 나는 전복죽 2그릇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맛사지를 받았다. 함께 달리려던 정00님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배신을 때린것 같다. (먼저 나간것 같다.)
나는 운동바지를 갈아입고 다시 출발한다. 이지점을 8시간 13분에 통과하고 다시 달렸다. 여기까진 거의 성공적이다. 하지만 무릎이 아팠다. 조금 지나가니 아픈 것이 사라지고 그냥 힘이 든다. 나를 추월해가는 달리미들이 많아진다. 이00님이 나를 추월해간다. 이후론 주로에서 못보았고 골인점에서 보았다. 남편(김00님)도 안챙기고 달리나 싶었다.
걷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하다보니 날 배신했던 정00님이 보인다. 다시 동반주를 시작했다. 그리곤 정00님이 다시 앞서간다. 내가 자원봉사자와 약속했던 지점을 통과한다. 그분에게 물었다. 내 음료수병 어디갔냐고. 그랬더니 다른 분이 마시겠다고 해서 주었다고 한다. 혹시 쓰레기로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지만 정말 필요한 사람이 마셨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앗 누군가 “종택이 오빠 파이팅”을 외쳐준다. 다시 힘을 가다듬고 달려간다.
100km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제 못달리겠다. 다리의 근육이 다 풀린 것 같다. 이 짓을 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동반주중에 정00님이 했던 말이다. 내다리가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남의 다리로 가는 것만 같다.
90km 지점을 지나가는데 이번엔 부부달리미 김00님이 나를 추월해간다. 무슨 힘이 남아서 막판에 저리 빨리 달려가는 것일까. 아마도 와이프(이00님)의 힘인 모양이다.
10km밖에 남지 않았다고 남들은 말할 지 모르지만 90km룰 달린 후 남은 10km다. 나는 못따라 가겠다. 그래서 잠시 걸었다. 이곳까지의 기록이 12시간 15분이다. 간신히 14시간 안에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부부가 울트라를 할까. 그 울트라부부를 생각하며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손목에 감고 달렸던 손수건을 무릎위쪽에 힘줘 감았다. 근육을 잡아준 것이다. 그러고 뛰었더니 무릎이 통증이 없었다.
급수대에서 음식과 물을 마시고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95km지점이 13시간 7분이다. 남의 다리로 달리자니 미안한 감이 들어선지 빨리 달려지지가 않는다. 마지막 급수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머지 약 4km정도를 힘을 내어 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힘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걸어줘서 휴식이 되었나보다. 이런일도 있구나 싶다. 아마도 그동안 연습했던 장거리 훈련의 효과인가보다..
열심히 달려가는데 마스터즈 마라톤의 대부 박영석 회장님의 계신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이대로 가면 제한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힘내라!!!" 하신다. 더욱 힘을 내어 달려본다. 날 배신때렸던 정00님이 보인다. 걷고 있었다. 오늘 내가 완주하기까진 큰 힘이 되어 준 분이다. 나를 배신 때리고 먼저 나가서 더욱 추월하고 싶었다. 배신자를 추월하니 힘이 더 나는 것 같다.
어둑어둑 해진 길을 조명따라 달린다.
약 98km 지점이었을까 울트라 전문 매니저인 이인환님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 지켜보고 싶어서일까.(그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나는 더욱 힘차게 달렸다. 함께 가면서 이인환님이 하는 말 아니 왜이렇게 쌩쌩하냐고.
쌩쌩하기는 거의 100km를 달려왔는데 그럴 리가 있나. 속으론 힘들어 죽겠지만 아닌척하는 거지.
양재천에서 골인점으로 들어서기 위해 올라가는 곳. 그곳에서 대회 스텝이 나와 무전을 날린다.
28번 나종택님이 들어서고 있다고.
우하하 이기분에 달렸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리를 힘차게 지나 골인점 테이프를 끊는다. 이순간, 이느낌, 이감격 누가 알겠는가. 속으로 사진이나 잘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기록은 13시간 48분 1초. 하위권이지만 좋다.
골인지점에는 금년 철인3종경기를 완주한 황인공님과 철인클럽 동료분이 있었다. 반갑게 맞아준다. 황인공님이 다리 마사지를 해주고 사진을 여러번 찍어준다. 그런데 그 사진은 제대로 나온 것이 없었다. 나는 월계관을 쓰고 대회관계자로부터 멋진 포즈의 내모습을 찍게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진 사진이 홈피에 올라오지 않았다.
사진을 보니 얼굴이 맛이 갔다.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그래도 미소만큼은 순수 자연산이다.
내가 오늘 울트라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보다도 대회를 준비한 서울마라톤클럽의 대회관계자님과 새벽부터 저녁까지 함께 고생한 자원봉사자 분들의 덕이 아닌가 싶다. 달리는 중 몸은 힘들었으나 이분들의 환호와 격려로 힘듬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동반주 했던 배신때린 정00님과 부부달리미 김00님, 이00님 이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시작부터 끝까지 챙겨주신 울트라 전문매니저 이인환님, 1억미리 완주 후 찾아와 마사지 등 마무리 해준 황인공님,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준 이건민님 등 신경써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이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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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2022년 1월)은 그때 함께 달렸던 분들은 무얼하고 계실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