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마라톤이 이리 힘들수가.. 2004년 7월 강촌하프마라톤 대회 - 나나영초의 과거 대회참여 후기
*** 과거 운동했던 참여수기를 모아 기록을 위해 남기고자 찾아서 가져옴.
시원한 얼음이 간절했던 시간 - 강촌야간마라톤대회 -
(2004년 무더운 여름 7월10일 토요일 오후 5시30분)
강촌에서 경강을 왕복하는 하프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대회명은 강촌야간마라톤대회다. 내가 운전해 강촌까지 참여직원들을 태우고 갔다..
한여름의 대회라 더위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오후시간이고 하프라는 생각에 무리가 없겠다 싶어 참가를 했다. 또한 북한강을 옆으로 두고 태고적부터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출발은 이렇게 상쾌하고 좋은 기분으로 힘차게 출발하였다. 이 낭만적인 생각이 부숴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게 웬걸 나의 기대는 본주로에 들어서자 마자 여지없이 깨어졌다. 주로는 울퉁불퉁했으며 시멘트도로에다 산의 물이 도로를 타고 흘러내리는 곳이 여러곳 있었다. 신발은 초반부터 젖었다.
1시간 30분 초반대의 기록을 작성하려고 끔찍히도 아끼는 140g짜리 마라톤화를 신고 달렸는데 초반 신발 바닥에 돌이 끼어 달리는 내내 애를 먹었다. 가볍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신발바닥 틈에 조그만 돌이 끼니 빠지지도 않고 발바닥까지 전달되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나는 아니다. 이번대회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때보다도 준비를 해온터라 큰 걱정은 안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생각도 잠시였다.
컨디션이 좋은 줄 알고 초반 2∼3km를 분당 4분30초 정도에 달렸으나 이후 속력이 줄기 시작하더니만 5km까지 24분10여초나 걸렸다. 속력이 급격히 준 것이다. 시멘트바닥의 고르지 못한 노면상태와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로 내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기 시작했다. 시원한 물이 벌써 그리워진다.
보통 20km정도는 훈련시에 무급수로 연습을 했는데 이건 정말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물을 마시며 달렸다. 배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반환점을 돌기전 이미 반환점을 통과한 울트라멤버인 이달과 황달을 만났지만 둘 모두 제 컨디션이 아닌듯 싶었다. 그들역시 달리는 모습이 힘에 겨워 보였다.
그들이 지나가고 잠시후에 우리 직장 최초 100km를 9시간 20분대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완주했던 안00과장님을 주로에서 만나 화이팅을 외쳤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더운 날씨지만 힘차게 달리고 계셨다. ( 완주후에 잠깐 만나서 안과장님이 금년 울트라코스중 가장 난코스인 광주 빛고을 울트라대회를 완주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100km를 달리면서 아마도 이렇게 힘든 상황이 계속 연출되리라는 생각을 하며 100km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힘들겠지. 아니 이보다 몇배 더 힘들겠지..
반환점 도착시간이 56분이다. 세상에 이럴수가..
내 여지껏 마라톤을 하며 하프대회에서 반환점을 56분에 뛴적이 없었다. 이렇게 되면 2시간 안에도 골인은 힘들 것이다.. 반환점까지 오는 동안 앰블런스가 2번 지나갔다. 하프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걷는 달리미들이 눈에 종종 띄었다. 오늘 레이스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달리며 급수대가 있는 곳은 모두 들러 몸에 머리에 물을 뿌리고, 마셔댔다. 나에겐 기록에 대한 의미가 더이상 없었다. 완주만 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몸에 뿌릴때만 시원했다. 북한강의 넘실대는 푸른 물결을 감상할 여유가 나에겐 당장의 갈증보다 못했다.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있는 곳이면 그 곳에서 물을 몸에 뿌리는 달리미들이 있었다. 사실 나도 그러고 싶다. 대부분의 달리미들이 나처럼 오늘의 기온 및 주로를 파악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 같다. 약 15km쯤 되었을까 앰블런스가 지나가자 앰블런스를 세우려 하는 달리미가 있었다. 얼마나 힘들길래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려 하는 걸까?
내 마음은 속력을 내려 하나 다리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가라고 쉬어가라고 신호를 자꾸 보낸다.
유니폼은 이제 물에 완전히 젖었고 신발 또한 물에 푹 젖어 질퍽거렸다. 산에서 내려온 물이 주로에 있으면 일부러 물을 밟으며 신발속으로 더 많이 들어오게 했다. 시원했다. 이제 강바람이 간혹 불어온다. 내가 더이상 지치지 않도록 해주고 있는 것이다.
- 산속에서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때
- 이마에 흐른땀을 씻어준데요
라는 동요가사가 떠오른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할때 시원한 바람처럼 힘을 주는 사람이 생각난다.)
도우미들이 약2km 남았다고 일러준다. 그래도 힘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못 달릴정도로 다리가 힘든 건 아니다. 이상하게도 그 힘든상태가 지속될 뿐이지 다리에 힘이 없어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많은 달리미들이 기록을 체념한 듯 걷거나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일그러진 표정 뒤에는 자신이 그래도 주로에 있어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은 오늘 자신과의 싸움을 완성하는 시간이 다고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해본다.
이제 힘이 나는 것 같다.
마지막 힘을 내보자 약 1.5km 정도 남았다. 이상태론 2시간안에 못들어가겠다. 기록을 연연하지 않지만 처음으로 2시간대를 넘기고 싶진 않다. 아무리 힘들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우선 호흡을 크게 내쉬고서 가다듬었다.
다음은 달렸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를 많이 한 결과일까 아니면 뭘까.
힘찬 역주가 시작되었다. 앞만 보고 달렸다. 많은 달리미들이 나에게 뒤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려 골인하니 골인점에는 황달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를 바라보니 1시간 59분대.
ㅎㅎ 정말 가까스로 2시간 이내로 골인했다.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나의 최저기록이지만 가장 힘들어 가장 기억에 남을 대회이고 가장 달린 보람이 큰 대회가 될 것 같다.
힘들면 힘들수록 완주의 기쁨이 더욱 크다.
오늘의 레이스를 분석해보면 우선 정보의 부재를 들수가 있다. 날씨 및 주로상태 그리고 시멘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그리고 내 몸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훈련에 대한 자신감으로 초반 오버페이스를 했다.
대회측의 준비부족이 있었다. 거리표시가 바람에 날리는 별풍선으로 되어 있었고 거리표시 또한 너무 작은 글씨라 잘 보이지 않았다.
지자체의 첫번째 대회여서 준비가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민과 관이 함께하고 부상자에 대해 빠른 앰블런스 투입 등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이 보였다.
오늘 나의 레이스는 대회에 참가하기전 좀 더 대회를 연구하고 출전해야함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하프대회라고 너무 만만히 본것도 솔직히 있다. 마라톤이라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기전에 운동량이 충분해야 한다. 모든 대회는 거리와 상관없이 겸손하게 임해야 한다..
대회 참가한 달리미 모두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