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동아시아 50km 대회 2004. 8월
*** 과거 운동했던 참여수기를 모아 기록을 위해 남기고자 찾아서 가져옴.
체력은 가력이고 국력이다.
마라톤을 시작하고 나서 달린 대회의 거리 중 가장 긴거리인 50km 대회를 울트라100km 대회 대비 참가하였다.(2004. 8. 14)
풀코스 5회를 완주했건만 그 이상을 달린다는 것 자체가 겁이 나기도 했다. 풀코스 완주후 7.8km를 더 뛰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참가신청을 하고 돈을 냈으니 어쩌랴. 달리는 수 밖에...
'이'(이건민, 줄여서 "이")와 나는 일찍 도착하여 1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출발장소로 가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부렸다.
남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여유가 아니었다. 그냥 사진찍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고 한 것뿐이다.
출발신호와 함께 50km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앞에서 출발한 이와 나는 서서히 달렸다. 그러나 '이'는 금방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속력을 내지 않았다. 그 스피드는 나의 오버페이스다.
이정도 속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뒤에서 출발한 달리미들에게 추월당하며 그냥 달렸다. 이제 '이'가 보이지 않는다. 시작전에 속도주인지 시간주인지 명확하게 구분해서 달리라고 주문 했었다.
5km 지점 몸이 그렇게 힘든 것은 잘 모르겠다. 10km지점에 이르러 시간을 보니 57분이었다. 너무 빠른 페이스다. 66분 정도 나와야 하는데 약 9분이나 빨랐다. 이렇게 달리다가는 40km 전에 힘들어질 것만 같다. 속도를 늦추고 달리기 시작했다. 15km정도에서 만난사람이 있었다. 자기는 5시간 30분 정도로 골인할 것이라면서 열심히 이야기 한다. 달리며 말하는데는 숨이 차지 않았다. 그 만큼 속도를 늦추고 달리기 때문이다.
약 16.7km지점에서 1위로 달리고 있는 '이'가 반대편 둔치쪽에서 손을 흔들며 화이팅을 외친다. 저사람 얼마나 빨리 달린걸까 벌써 저쪽에 있으면 22km정도는 될텐데... 무지 속력을 낸 모양이다. "나 속도주로 달려요" 를 외치고 쏜살같이 반환점을 향해 달려간다.
나와 함께 뛰던 사람이 '이'에 대하여 물어본다. 실컷 자랑을 했다. 마라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암벽등반, 등산 등으로 체력이 강하다고 하자 서브스리주자냐고 물어온다. 그래서 나는 금년 10월 중 할거라고 답했다. 물론 정확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다.
율동공원 호수를 지날때는 성남에 이런 낙원이 있나 싶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공원의 호수가에 있었다. 달리는 사람, 가족과 함께 온사람, 번지점프하는 사람, 등 등...
호수안에 있는 분수는 시원스럽게 물을 뿜어 올리고 있었다. 나와 함께 뛰던 사람이 "지상낙원이 따로없네 일루 이사와야지." 그러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20km지점에 있는 매점에 가서 이온음료와 물, 그리고 쏘시지를 사서 먹었다. 소요시간은 약 7,8분 정도. 좀 많이 쉰것이다. 계산 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먹는데 시간이 걸렸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내려오고 있었다. 오후 5시에 출발했으니까 지금이 7시 20분 정도, 내 앞서 뛰던 사람이 금방 보이지 않는다. 참 잘 달린다. 이제 추월할 사람도 보이지 않고 나를 추월할만 한 사람도 뒤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야간마라톤을 위해 준비한 깜박이 등을 켰다.
'이'가 다시 깜박이등이 깜박이는 채로 내 앞에 나타났다. 25km반환점을 이미 돌고 30km 율동공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와는 약 7,8km정도의 거리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보고 반환점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한다. 화이팅을 함께 외치고 각자 다음 목표를 향해 내 달렸다. 그러나 느낌상 가도 가도나오지 않았다. 이사람이 이제 선배한테 사기까지 친다. 반환점 25km지점에는 얼음물과 인절미가 준비되어 있었다. 얼음물을 마시니 힘이 다시 나는 것 같았다. 물을 보충하고 약 4분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30km지점을 향해 달렸다.
내 뒤로 반환점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모두 모두 화이팅을 외쳐주며 달렸다. 그들도 화답한다. 내가 반환점을 돌아 어느정도를 달리고 있는데 어떤 참가자가 물어온다. "반환점 얼마남았어요?"
그래서 나도 "얼마 안남았어요 얼릉 가보세요 가시면 얼음물도 있고 인절미도 있어요" 이제 배고파질때가 된 것이다.
30km지점 율동공원에 도착했다. 이온음료를 사 마시고 스트레칭을 약간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분정도였다. 앞서 생각했던 이 공원의 느낌은 어디가고 공원의호수가 왜 이리 길고 사람은 많아 부딪히는 지 짜증스러웠다. 이제 힘이 든 것이다.
호수공원을 빠져나가 둔치를 달렸다. 드디어 30km도 통과했고 40km를 향해 달린다.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앞서간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내 뒤편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추월을 하거나추월을 당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이제 커다란 탄천이 나타났다. 여기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달리다 보니 둔치에 있는 수돗가가 보였다. 이곳에서 머리를 식히고 스트레칭을 했다. 나보다 앞서 있던 두명의 참가자가 나보다 조금빨리 출발했다.이 두사람은 함께 뛰는 모양이다. 마라톤 하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장거리는 함께 뛰어주는 것이 힘이 훨씬 덜 든다..
오늘 출발한 5시에는 햇빛이있어 더웠지만 지금은 시원한 바람도 불어와 달리기에 적합했다. 달리다 보니 수마클(수원마라톤클럽)회원들이 단체로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서로 화이팅과 히임을 외쳐주며 반대로 달려갔다. 수마클회원들이 3팀이나 지나갔다. 제일 마지막에는 여성들만 모여 달리고 있었다. 처음보는 나에게 히임을 외쳐준다. * 여기서 히임은 '힘'을 말함
어영부영 힘들게 오다보니 40km지점이다. 달린시간이 4시간 30분 이제 10km남았다. 거리와 시간상으론 6시간안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10km를 걷다 뛰어도 1시간 30분 안에야 달릴 수 있으려니 생각했다. 당초 목표시간이 6시간 30분 이었지만 30분 정도 단축하고 얼른 골인해서 쉬고 싶었다. 이미 골인했을 '이'를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야겠다.
여기에서 한사람을 추월했다. 나도 힘들었지만 추월당한 사람한테 힘냅시다를 외쳐주었다. 크큭 내가 힘내라고 할 달리미도 있었네.. 달리미들은 서로 모르지만 달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장가 못간 총각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마라톤을 하면 아가씨 달리미에게 말걸기도 쉽다고. 마라톤이야길 하면 쉽게 대화를 하게 된다고. 공통관심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얼마를 달렸을까.. 이제 발바닥이 아파온다. 뛰기가 힘들다. 그냥 걷고 싶었다. 그러나 예서 멈출 순 없었다. 부지런히 달리자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지만 너무 힘들어서 자가최면이 먹히질 않는다. 정신력이고 뭐고 체력이 없으면 안되는 모양이다. 역시 체력은 가력이고 구력이고 국력이다.
저 앞에 45km의 표지판이 보인다. 더는 뛰지 못하겠다. 여기에서 걸었다. 이제 6시간안에 골인하는 것도 포기해야겠다.
일단 내 몸이 중요하니까 그렇게 결정했다. 내 앞에 한 달리미가 보인다. 이사람도 걷고 있다. 조금 걷다가 다시 달렸다. 이사람을 추월했다. 뒤를 보니까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시 걸었다. 얼마를 갔을까 골인점은 보이지 않는다. 어둡다..
다시 걸으려고 하는데 앞에 '이'가 보인다. 발이 아파 힘은 들지만 '이'가 있어 계속 달렸다. 만나서 잠시 이야길 나누었다. 이는 이미 골인하고 쉬었다가 내가 오지 않자 마중 나온것이다. 조금만 가면 된다고 하는데 아까 반환점 가기전에 나를 속인것이 있어서 믿지 않았다.
약 48km지점 정확한 거리는 모르겠다. 어두운 곳에서 희망이 나를 부른다. 바로 수돗가다. 수돗가에 가서 머리에 물을 뿌렸다. 무릎위로는 힘이 솟는데 발바닥과 장딴지는 힘이 든 상태 그대로다. 남은 거리 약 2km ▲48km 지점 머리에 물을 쏟아 붓고.▲ 암흑을 뚫고 골인점을 향하여 힘을 내서 달렸다. 한 300m쯤 달렸을까 앞이 흐릿하여 눈을 만져봤더니 안경이 없었다.
수돗가에서 가져오지 않았다. 어쩐지 앞이 잘 안보이드라 했다. 이건민씨가 자기가 가져오겠다고 하며 나보고 계속 가라고 했다. 그래도 어찌 그럴 수 있나 그걸 핑계로 쉬면서 가야지. 제자리에서 조금 쉬었다. 안경을 전해 끼고 가는데 나를 추월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런 여기서 추월당하면 안되겠다 싶어 힘차게 달렸다. 나를 추월한 사람을 다시 추월했다. 추월은 즐겁다..
저 멀리서 움직이는 야광봉이 보인다.가도 가도 보이지 않던 골인 점이었다. 너무 너무 반가웠다. 이제 다왔다. 나의 50km 여정이 여기서 맺게 되었다. 이 뿌듯함. 이 기분.
드디어 50km 완주. 기록은 6시간 17분. 나름대로 성공이었다.
** '이'가 1위를 하고서도 나를 마중나와 고맙다. 힘 들지도 않나...
풀코스 이상은 정말 힘들다..
이제 2주후 100km의 도전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몸관리를 잘해서 꼭 성공하리라.
2003. 5. 18 20:00 수락골 우거에서 "영초"
*** 2022년 지금에 와서 보니 운동에 빠졌던 당시가 그립다.